새로 대법원에 합류한 노경필(59·사법연수원 23기), 박영재(55·22기) 대법관이 2일 오후 취임식을 갖고 6년 임기에 들어갔다.  박 대법관은 취임사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법관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재판에 임해 결과의 타당성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소송당사자를 배려하며 신속하고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헌법은 사법부의 역할과 책무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보호임을 웅변하고 있다"며 "대법원 사건을 마주할 때도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법관은 취임사를 통해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무엇이 법인지를 선언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공정하고 타당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한 이념이나 진영논리 등에 따라 이뤄지는 공정한 재판을 저해하는 모든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당당히 맞섬으로써 사법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데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두루 원만한 스타일로 사법행정에 능통한 박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인사담당을 3차례 지낸 데 이어 기획총괄심의관을 거쳐 기획 업무를 총괄하는 기조실장을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는 '대법관 0순위'로 통하는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다. 사법행정 외에도 법원 내 엘리트 코스인 사법연수원 교수로 일했고,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했다.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노 대법관은 '강단있는' 스타일로 통하며 재판 업무에 정통하다.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했고 이 기간 행정 사건을 다루는 '행정조'에서 총괄부장까지 지내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재판장으로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수원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두 사람 모두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돼 대법원의 무게 중심 축이 중도·보수 쪽으로 좀 더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임자로 전날 퇴임한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의 경우 김·노 전 대법관은 진보 성향, 이 전 대법관은 중도 내지 중도·보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두 사람과 함께 후임으로 지명된 이숙연 후보자는 자녀의 비상장주식 등 논란으로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보류돼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당분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에 공백 상태가 생겼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이 중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과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를 가동한다.

법률상으로는 대법관 3분의 2가 참석하면 가능하지만, 전례를 보면 대법관 임명이 지연될 경우 전원합의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본격 가동이 늦춰지는 사례가 많았다.

다만 판례 변경이 필요하거나 사회적 관심사인 전원합의체 사건이 아닌 경우 개별 재판부인 '소부' 심리가 이뤄진다. 원칙적으로 대법관 4명이 1개 소부를 구성하지만 이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아 1개 소부는 3명으로 가동될 전망이다.